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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계산 도구 속 원리를 배우다

계산은 왜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부터 시작할까? 일반 필산과 주산의 계산 순서 비교

neverstop 읽는 시간 약 7분

계산은 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갈까

우리가 학교에서 수학을 처음 배울 때 선생님은 항상 덧셈이나 뺄셈을 할 때 일의 자리부터 시작하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즉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눈을 움직이며 계산을 하라는 뜻입니다. 세로로 숫자를 길게 적어놓고 오른쪽 끝 자릿수부터 차례대로 더해나가는 방식은 전 세계 거의 모든 학교에서 표준으로 가르치는 필산의 기본 원칙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이 방식이 썩 직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글을 읽거나 말을 할 때는 언제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합니다. 영어든 한국어든 문장은 왼쪽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흘러가고 숫자도 보통 큰 자릿수부터 읽습니다. 예를 들어 543이라는 숫자를 읽을 때 오백사십삼이라고 하지 삼사오라고 읽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독 필산으로 계산을 할 때만 방향이 반대로 뒤집히는 것입니다. 이 익숙한 듯 낯선 계산 방식의 비밀을 파헤쳐 보면 인류의 역사와 계산 도구의 발달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른쪽 계산의 비밀은 자릿올림에 있다

필산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자릿올림과 자릿내림 때문입니다. 수학에서 덧셈을 하다 보면 합이 10을 넘어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때 넘치는 숫자를 바로 왼쪽 자리에 보태어 주어야 정확한 계산이 가능해집니다.

만약 우리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계산을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58과 37을 더할 때 가장 큰 자리인 십의 자리부터 계산해서 5와 3을 더해 8을 씁니다. 그다음에 일의 자리인 8과 7을 더해 15를 씁니다. 그러면 결과는 815가 되는 대참사가 벌어집니다. 실제 답은 95인데 말입니다. 왼쪽부터 계산하면 일의 자리에서 발생한 자릿올림을 이미 지나쳐버린 앞자리에 반영할 방법이 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값을 구할 수 없습니다.

결국 오른쪽부터 시작하는 방식은 미래에 발생할 자릿올림이라는 변수를 통제하기 위한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알고리즘입니다. 가장 작은 자릿수부터 차근차근 처리해 올라가면서 넘치는 값을 다음 자리에 넘겨주는 방식이야말로 오류를 원천 차단하는 훌륭한 방법인 것입니다.

주산이 보여주는 또 다른 계산의 세계

일반 필산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인다면 주판을 활용하는 주산은 이와 완전히 다른 길을 걷습니다. 주산을 배워본 적이 있거나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누수한 사실을 알 것입니다. 주산은 놀랍게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계산을 진행합니다.

주판알을 튕길 때는 가장 큰 자릿수를 담당하는 왼쪽 대수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계산합니다. 덧셈을 하든 곱셈을 하든 주산의 명인들은 왼쪽부터 막대기를 짚어가며 순식간에 암산보다 빠르게 답을 도출해냅니다. 필산과 정반대의 방향인데도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요.

그 비밀은 주산의 구조와 머릿속의 임시 저장 능력에 있습니다. 주판은 숫자를 놓는 공간과 결과를 누적하는 공간이 시각적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왼쪽부터 계산을 하다가 만약 자릿올림이 발생하면 이미 계산해 둔 앞자리의 숫자를 손가락 하나로 간단하게 수정할 수 있습니다. 즉 주판이라는 물리적 도구 자체가 자릿올림으로 인한 오류를 눈으로 확인하고 즉각 수정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의 진행이 가능한 것입니다.

필산과 주산의 계산 순서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일반 필산과 주산은 계산을 진행하는 방향뿐만 아니라 숫자를 다루는 인지적 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러한 차이점들을 비교해보면 일상생활에서 어떤 계산법이 더 유리한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 필산은 자릿올림이 많거나 복잡한 다자릿수 덧셈과 뺄셈에서 실수를 줄이는 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 주산은 전체적인 수의 크기를 먼저 파악하고 큰 단위부터 직관적으로 처리하는 데 뛰어납니다.
  • 필산이 정형화된 알고리즘을 통한 정확성 추구라면 주산은 수감각과 공간 감각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 학교 교육에서는 종이와 연필이라는 한계 때문에 필산이 주를 이루지만 암산 능력 향상에는 주산의 원리가 큰 도움이 됩니다.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는 실용적인 암산 팁

우리는 매일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나 식사 후 계산을 할 때 암산을 해야 합니다. 이때 학교에서 배운 대로 머릿속으로 세로식을 그리며 오른쪽부터 계산하려고 하면 오히려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실생활에서는 필산의 룰을 잠시 내려놓고 주산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계산하는 편이 훨씬 유리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469원짜리 물건과 324원짜리 물건을 동시에 살 때 총액을 구해보겠습니다. 오른쪽부터 더하면 9와 4를 더하고 6과 2를 더하고 하는 과정이 번거롭습니다. 하지만 왼쪽부터 읽어 나가면 훨씬 수월합니다.

    • 가장 큰 자리인 백의 자리끼리 먼저 더합니다. 400과 300을 더해 700을 만들어 둡니다.
    • 그다음 십의 자리인 60과 20을 더해 80을 만들고 아까의 700에 더해 780으로 키웁니다.
    • 마지막으로 일의 자리인 9와 4를 더해 13을 만들고 780에 더해 최종 결과인 793을 도출합니다.

이 방식은 대략적인 어림산을 할 때도 매우 강력합니다. 정확한 1의 자리까지 몰라도 앞자리만 살짝 더해보면 대충 얼마쯤 나오겠구나 하는 감을 순식간에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쇼핑할 때 예산을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계산 방식에 대한 흔한 오해와 진실

사람들은 흔히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계산하는 필산만이 유일하고 절대적인 수학적 진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계산 방향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고 정보를 처리하기 편리하도록 만든 약속에 가깝습니다.

컴퓨터의 등장 이후 데이터 처리 방식에서도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흥미롭게 나타납니다. 컴퓨터 내부의 알고리즘은 인간의 필산처럼 오른쪽부터 처리하는 방식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고속 연산을 위해 병렬 처리를 도입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향으로 계산하느냐가 아니라 정확하고 빠르게 결과를 도출해내는 효율성입니다.

또한 주산을 배우면 수학을 잘하게 된다는 속설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고 말합니다. 주산을 통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숫자를 바라보는 훈련을 하면 수의 전체적인 크기를 가늠하는 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무조건적인 암기보다는 숫자의 구조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황에 맞게 계산법을 선택하는 지혜

종이와 펜이 주어져 있고 복잡하고 긴 숫자를 오차 없이 정확하게 더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주저 말고 전통적인 필산 방식을 사용해야 합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한 자릿수씩 차분히 밟아 나가는 것이 실수를 방지하는 가장 안전한 길입니다.

반면에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친구와 밥값을 빠르게 나누어 내야 하는 등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큰 단위부터 처리하는 왼쪽 계산법이나 어림산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실용적입니다. 두 가지 방식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 속 숫자는 더 이상 골치 아픈 대상이 아니라 든든한 도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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