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판은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계산 도구의 시작을 따라가다
요즘은 숫자를 계산할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의 계산기를 켭니다. 복잡한 곱셈이나 나눗셈도 숫자 몇 번만 누르면 바로 답이 나오죠.
그런데 전자계산기가 없던 시대에는 어땠을까요?
사람들은 물건을 사고팔고, 세금을 계산하고, 가지고 있는 곡식이나 가축의 수를 세기 위해 직접 계산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한 대표적인 계산 도구가 바로 주판입니다.
나무틀 안에 여러 개의 막대가 있고 그 위에 작은 알이 움직이는 단순한 모습이지만, 주판으로는 덧셈과 뺄셈뿐 아니라 곱셈과 나눗셈 등 다양한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주판은 도대체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요?
주판을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우리가 특정 인물 한 명을 ‘주판의 발명자’라고 지목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늘날의 주판이 어느 날 한 사람이 완성품으로 발명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오랜 시간 사용했던 여러 계산 방식이 발전하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주판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따라서 ‘누가 만들었는가?’보다 ‘사람들은 어떻게 숫자를 세다가 주판을 사용하게 되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주판보다 먼저 있었던 것은 ‘수를 세는 도구’였다
숫자를 문자로 기록하는 방법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도 사람들은 수량을 구분해야 했습니다.
가축이 몇 마리인지, 곡식이 얼마나 있는지, 물건을 몇 개 주고받았는지 기억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손가락을 사용하는 것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수가 커지면 손가락만으로는 한계가 생깁니다.
그래서 돌이나 작은 물체 등을 이용해 수량을 나타내는 방법이 사용됐고, 이후 일정한 공간이나 선 위에 계산용 말을 놓고 이동시키는 계산판(counting board) 형태의 도구들도 등장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계산판을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주판과 완전히 같은 물건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계산에 사용하는 물체를 일정한 위치에 놓고 움직이면서 숫자를 표현한다는 생각이 점차 발전했다고 이해하는 편이 좋습니다.

‘아바쿠스’와 ‘주판’은 완전히 같은 말일까?
주판의 역사를 찾아보면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아바쿠스(abacus)입니다.
오늘날 영어에서는 주판을 abacus라고 부르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이 단어가 가리키는 계산 도구의 형태는 매우 다양했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의 상인들이 사용했던 계산 방식 가운데는 평평한 표면에 선을 그리고 그 위에서 계산용 말을 움직이는 형태도 있었습니다.
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중국·일본식 주판은 직사각형 틀 안에 막대나 선이 있고 그 위의 알을 직접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즉, 처음부터 지금과 똑같은 주판이 존재했다기보다는 계산판과 계산용 말을 이용하던 방식이 여러 지역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발전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중국의 주판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주판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중국의 산판(算盤), 즉 수안판(suanpan)입니다.
전통적인 중국식 주판은 가운데 가로막대를 기준으로 위쪽과 아래쪽의 주판알이 나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형태에서는 막대 하나마다 위쪽에 2개의 알, 아래쪽에 5개의 알이 놓입니다.
가로막대 위쪽의 알은 각각 5의 값을, 아래쪽 알은 각각 1의 값을 나타내는 방식입니다. 스미스소니언이 소장한 여러 중국식 주판에서도 이러한 2알·5알 구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를 이용하면 주판알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각 자리의 숫자를 표현하고 계산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주판은 단순히 숫자를 ‘세는’ 도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숫자의 자리값을 공간적으로 보여주는 계산 도구라는 것입니다.
십진법의 자리값을 눈앞에서 직접 움직여 볼 수 있기 때문에 주판의 기본 구조를 이해하면 왜 계산이 가능한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주판을 처음 발명한 걸까?
여기서는 조금 조심해서 표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막대와 알을 가진 주판이 동아시아에서 크게 발전한 것은 분명하지만, 아시아식 주판이 정확히 언제 처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한 시점으로 못 박기 어렵습니다.
또한 아시아의 주판이 고대 그리스 등의 계산용 말과 계산판에서 영향을 받았는지를 두고도 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년 중국에서 누군가가 주판을 발명했다’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여러 계산 도구가 오랜 기간 발전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막대와 알을 사용하는 주판이 널리 활용됐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판은 나라에 따라 모습도 달라졌다
주판이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모든 나라에서 똑같은 모양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중국식 주판에는 가로막대 위쪽에 2개의 알, 아래쪽에 5개의 알이 있는 형태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발전한 소로반(そろばん)은 구조가 더 간결해져 위쪽 1알과 아래쪽 4알을 사용하는 형태가 대표적입니다.
한국에서도 주판은 오랫동안 계산과 교육에 사용됐습니다.
스미스소니언이 한국 생활문화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1970년대 한국의 일부 지역에서 주판이 가정에서 흔히 사용됐으며, 학교와 상업계 교육에서도 주판 사용이 가르쳐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전자계산기가 가정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주판은 단순한 교육용 장난감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숫자를 계산하는 실용적인 도구였던 셈입니다.
단순한 나무틀이 오랫동안 살아남은 이유
주판의 구조만 보면 놀랄 정도로 단순합니다.
전기도 필요하지 않고 화면도 없습니다. 나무틀과 막대, 그리고 움직이는 알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단순함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숫자를 적었다 지웠다 할 필요 없이 알의 위치만 바꾸면 새로운 수를 표현할 수 있고, 각 막대가 자릿수를 나타내기 때문에 큰 숫자도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덧셈과 뺄셈은 물론 곱셈과 나눗셈까지 처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1958년에 출판된 중국식 주판 사용 안내서에는 덧셈·뺄셈·곱셈·나눗셈뿐 아니라 제곱근과 세제곱근을 계산하는 방법까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단순한 옛날 계산 도구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다양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주판은 누가 만든 것일까?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주판은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현재 남아 있는 역사만으로 특정 인물 한 사람의 이름을 답으로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주판은 사람들이 숫자를 세기 위해 손가락과 작은 물체를 이용하던 단계에서 출발해, 계산판과 계산용 말을 거쳐, 막대와 알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발전해 온 오랜 계산 문화의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주판을 바라볼 때 작은 나무틀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 안에는 사람들이 숫자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다루기 위해 수없이 방법을 바꾸고 개선해 온 과정이 들어 있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 화면을 몇 번 누르면 계산이 끝나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인간은 이미 ‘어떻게 하면 계산을 더 쉽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 고민이 만들어 낸 대표적인 도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주판입니다.
핵심 정리
주판의 발명자는 특정 인물 한 명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초기의 여러 계산판과 계산 방식이 오랜 시간 발전했고, 동아시아에서는 막대와 알을 움직이는 주판이 널리 사용됐습니다. 특히 중국식 주판은 위쪽 알과 아래쪽 알을 가로막대로 구분하는 구조를 갖췄으며 이후 일본과 한국 등에서도 각 지역의 필요에 따라 주판이 사용되고 변화했습니다.
다음 글 → 「주판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숫자를 어떻게 계산했을까?」
다음 편에서는 주판이 등장하기 전 사람들이 손가락, 돌, 계산용 말과 계산판을 이용해 숫자를 어떻게 세고 계산했는지 조금 더 깊게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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